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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치는 돈이 필요한 시점의 6개월 전에 시작한다

투자 결정부터 집행까지 보통 3개월 이상 걸립니다. 잔고가 줄어든 뒤에 시작하면 협상력이 없는 상태로 테이블에 앉게 됩니다.

투자 유치에서 결과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자료의 완성도도, 제품의 완성도도 아닙니다. 언제 시작했는가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돈이 급한 상태로 테이블에 앉으면 조건을 따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는 상대가 급한지 아닌지를 대체로 알아챕니다. 그 상태에서는 밸류에이션도, 계약 조항도 상대가 부르는 대로 갑니다.

실제로 얼마나 걸리는가

투자 결정부터 자금 집행까지 빠르면 2개월, 통상 3개월 이상 걸립니다. 심사역이 개인적으로 마음을 정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 심사역의 내부 검토와 자료 보완 요청
  • 실사(듀 딜리전스)
  • 투자심의위원회 준비와 상정
  • 승인 후 계약서 협상
  • 계약 체결과 납입

각 단계에서 대기가 생깁니다. 투자심의위원회는 정해진 주기로 열리므로 한 번 놓치면 몇 주가 밀립니다. 실사 과정에서 자료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또 밀립니다.

여기에 투자자를 만나는 기간이 앞에 붙습니다. 한 곳만 만나고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여러 곳을 만나고 그중 진지하게 검토하는 곳이 나오기까지 다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6개월 전입니다

역산하면 이렇게 됩니다.

D-6개월   자료 준비, 투자 시뮬레이션, 대상 투자자 목록 작성
D-5개월   미팅 시작 — 2개월 안에 모든 대상을 만난다는 계획으로
D-3개월   관심을 보인 곳과 실사·검토 진행
D-1개월   계약 협상 및 체결
D-0       자금 집행

"2개월 안에 모든 투자자를 만난다" 는 부분이 중요합니다. 한 곳씩 순차적으로 만나면 전체 기간이 늘어날 뿐 아니라, 먼저 만난 곳의 검토가 끝나갈 때쯤 다른 곳은 이제 시작하는 상황이 됩니다. 비슷한 시기에 여러 검토가 나란히 진행되어야 조건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시작 전에 답해야 할 두 질문

얼마가 필요한가. 막연히 "많을수록 좋다"가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에서 나와야 합니다. 이번 자금으로 무엇을 하고 그 결과 어디까지 갈 것인지가 금액의 근거입니다.

언제 필요한가. 지금 잔고와 월 소진 속도를 알아야 답할 수 있습니다. 잔고 3억에 월 5천만 원을 쓰고 있다면 6개월이 남은 것이고, 지금이 바로 시작할 시점입니다.

이 두 질문에 즉시 답하지 못한다면 투자자를 만나기 전에 그것부터 정리해야 합니다. 미팅에서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18개월을 6개월 단위로 끊습니다

투자 유치 자료에서 계획을 보여줄 때 유용한 구조가 있습니다. 앞으로 18개월을 6개월 단위 세 구간으로 나누고, 각 구간이 끝나는 시점의 회사 모습을 적는 것입니다.

  • 6개월 후 — 무엇이 만들어져 있고 어떤 지표가 얼마인가
  • 12개월 후 — 그다음 무엇이 검증되어 있는가
  • 18개월 후 — 다음 라운드를 시작할 수 있는 상태인가

이 구조가 유용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투자금의 사용처가 자연스럽게 설명됩니다. 둘째, 마일스톤과 다음 펀드레이징 일정을 투자자와 함께 협의할 수 있는 형태가 됩니다.

18개월로 잡는 이유는 대부분의 라운드가 그 정도의 활동 기간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자금이 12개월치만 있으면 성과가 나오기 전에 다시 자금 조달에 매달리게 됩니다.

투자 시뮬레이션을 먼저 돌려봅니다

미팅을 시작하기 전에 이번 라운드가 끝난 뒤의 캡테이블을 계산해 둡니다.

  • 목표 금액을 받으면 지분율이 어떻게 되는가
  • 스톡옵션 풀을 만들면 얼마나 더 희석되는가
  • 다음 라운드까지 마치면 창업자 지분은 얼마인가

이 계산이 되어 있으면 협상 중에 조건이 바뀌어도 즉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조달 순서가 지분율에 미치는 영향은 같은 돈을 조달해도 창업자 지분은 두 배 넘게 갈린다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시작 전 점검 목록

  • 현재 잔고와 월 소진 속도를 알고 있는가
  • 남은 개월 수가 6개월 이상인가
  • 필요 금액이 구체적인 계획에서 도출되었는가
  • 18개월 마일스톤을 6개월 단위로 적었는가
  • 만날 투자자 목록을 만들고 2개월 안에 만날 계획을 세웠는가
  • 라운드 종료 후 캡테이블을 계산해 봤는가
  • 실사에서 요구될 자료를 미리 정리해 두었는가

마지막 항목이 일정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주명부, 정관, 계약서, 재무 자료를 실사 요청 후에 만들기 시작하면 몇 주가 그대로 밀립니다.


투자 유치는 여유가 있을 때 시작해야 여유 있게 끝납니다. 잔고가 두 달 남았을 때 시작하면 어떤 조건이든 받아들이게 되고, 그 계약은 앞으로 몇 년을 따라다닙니다.

가장 좋은 시점은 아직 돈이 급하지 않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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