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시트를 처음 받았을 때 확인할 것
밸류에이션 숫자만 보고 판단하면 조항에서 뒤집힙니다. 청산우선권, 희석방지, 동의권처럼 실제로 결과를 바꾸는 항목을 순서대로 짚었습니다.
첫 텀시트를 받으면 대부분 밸류에이션부터 봅니다.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실제로 결과를 바꾸는 것은 그 아래 조항들입니다. 밸류가 더 높은 제안이 실질적으로 더 나쁜 조건인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텀시트는 대개 법적 구속력이 없는 합의문이지만, 여기서 정해진 내용이 본계약으로 거의 그대로 넘어갑니다. 텀시트 단계에서 넘긴 조항을 나중에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확인할 것: 프리인가 포스트인가
같은 "기업가치 50억"도 기준이 다르면 지분율이 달라집니다.
- 프리머니(pre-money) — 투자받기 전의 가치. 여기에 투자금을 더한 것이 투자 후 가치입니다.
- 포스트머니(post-money) — 투자금이 이미 포함된 가치.
50억에 10억을 투자받는 경우, 프리머니 기준이면 투자자 지분은 10 ÷ 60으로 약 16.7%이고, 포스트머니 기준이면 10 ÷ 50으로 20%입니다. 같은 문장에서 3.3%포인트가 갈립니다.
여기에 스톡옵션 재원을 투자 전에 만들 것인지 후에 만들 것인지가 겹치면 차이는 더 커집니다. 투자 전에 만들면 그 희석은 기존 주주만 부담합니다.
청산우선권을 가장 주의해서 봅니다
투자자는 보통 보통주가 아니라 상환전환우선주(RCPS) 같은 우선주로 들어옵니다. 회사가 매각되거나 청산될 때 투자금을 먼저 가져가는 권리가 붙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확인합니다.
배수 — 투자금의 1배인지 그 이상인지. 1배가 일반적이고, 2배 이상이면 회수 구간에서 창업자 몫이 크게 줄어듭니다.
참가 여부 — 우선 회수한 뒤 남은 금액을 지분율대로 또 나눠 갖는지(참가적), 아니면 우선 회수로 끝나는지(비참가적)입니다. 참가적 조건이면 투자자가 두 번 가져갑니다.
지분율 20%를 가진 투자자가 10억을 넣었는데 회사가 30억에 팔린다고 해보겠습니다.
- 비참가적 — 10억을 먼저 가져가거나, 지분율대로 6억을 받거나 중 유리한 쪽을 택합니다. 10억을 가져가고 나머지 20억이 창업자와 다른 주주에게 갑니다.
- 참가적 — 10억을 먼저 가져간 뒤 남은 20억에서 다시 20%인 4억을 더 가져갑니다. 합계 14억입니다.
매각가격을 바꿔가며 참가적 조건을 계산해 보면 구조가 더 분명해집니다.
| 매각가격 | 우선 회수 | 잔여금 | 창업자 배분(80%) | 투자자 최종 회수 |
|---|---|---|---|---|
| 20억 | 10억 | 10억 | 8억 | 12억 |
| 50억 | 10억 | 40억 | 32억 | 18억 |
| 200억 | 10억 | 190억 | 152억 | 48억 |
잘되면 지분율에 가깝게, 잘 안되면 투자원금이라도 회수하는 구조입니다. 20억에 팔릴 때 투자자는 지분율(20%)대로면 4억을 받아야 하는데 12억을 가져갑니다. 창업자 입장에서 이 조항의 무게는 회사가 어려울 때 가장 커집니다.
밸류 몇 억보다 이 조항 하나가 결과를 크게 바꿉니다.
희석방지 조항의 강도
다음 라운드가 이번보다 낮은 가격에 이뤄지면(다운라운드) 기존 투자자의 지분을 보전해 주는 조항입니다. 문제는 그 보전을 창업자 지분에서 메운다는 점입니다.
보전 방식이 완전한 형태(풀 래칫)면 다운라운드 한 번에 창업자 지분이 크게 깎일 수 있습니다. 가중평균 방식이 상대적으로 완만합니다. 어떤 방식인지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동의권의 범위
우선주 주주에게 특정 사안에 대한 동의권을 주는 조항입니다. 신주 발행이나 정관 변경처럼 중요한 사안에 동의권이 붙는 것은 일반적입니다.
확인할 것은 범위가 어디까지 내려오는가입니다. 연간 예산 승인, 일정 금액 이상의 지출, 임원 채용까지 동의 대상이 되면 일상적인 경영 판단마다 투자자의 확인을 받아야 합니다. 투자자가 여럿이 되면 의사결정이 실제로 느려집니다.
창업자에게 붙는 조항
투자자만 권리를 갖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에게 의무가 붙습니다.
- 경업금지와 전념 의무 — 다른 일을 겸할 수 없게 됩니다. 강의나 자문 활동이 있다면 미리 예외를 두어야 합니다.
- 창업자 주식의 베스팅 — 이미 보유한 지분에 재직 조건이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간과 조건을 확인하십시오.
- 동반매도요구권(드래그얼롱) — 일정 조건에서 투자자가 회사 매각을 결정하면 창업자도 지분을 함께 팔아야 합니다. 발동 요건이 느슨하면 원치 않는 시점에 회사를 팔게 됩니다.
- 진술 및 보장 — 회사에 대해 사실이라고 확인하는 항목입니다. 위반하면 손해배상 대상이 되므로 실제로 확인 가능한 범위인지 봐야 합니다.
받고 나서 할 일
서두르지 않아도 됩니다. 텀시트에는 대개 유효기간이 있지만, 검토 시간을 요청하는 것은 결례가 아닙니다. 오히려 조항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서명하는 쪽이 나중에 더 큰 문제를 만듭니다.
- 각 조항이 실제로 발동되는 상황을 문장으로 적어봅니다. "회사가 30억에 팔리면 누가 얼마를 가져가는가"처럼 구체적인 숫자를 넣습니다.
- 여러 제안이 있다면 밸류와 조항을 같은 표에 놓고 비교합니다.
- 배타적 협상 조항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서명하면 일정 기간 다른 투자자와 협상할 수 없습니다.
- 변호사 검토를 받습니다. 이 단계의 비용을 아끼면 훨씬 비싸게 치릅니다.
점검 목록
- 프리머니인가 포스트머니인가, 스톡옵션 재원은 어느 쪽에서 만드는가
- 청산우선권의 배수와 참가 여부
- 희석방지 조항의 방식
- 동의권의 범위가 일상 경영까지 내려오는가
- 이사회 구성과 의결 방식
- 드래그얼롱의 발동 요건
- 창업자에게 붙는 베스팅·경업금지 조건
- 배타적 협상 기간이 있는가
텀시트를 읽는 요령은 "모든 것이 잘 풀렸을 때"가 아니라 "안 풀렸을 때" 각 조항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잘될 때는 어떤 조건이든 대체로 괜찮습니다. 조항이 실제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회사가 어려울 때이고, 그때는 협상의 여지가 없습니다.
조항의 해석과 협상 전략은 사안마다 다릅니다. 실제 서명 전에 반드시 변호사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